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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원버스 시대와 리무진버스 시대
    카테고리 없음 2020. 7. 24. 10:33



    옛날의 통학 만원버스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즘의 출근 시간 지하철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런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 사이에 끼여 움쩍을 할 수 없다.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으니 그저 그 속에 몸을 맡겨놓고 밀리면 밀리는 대로 발을 밟히면 밣히는 대로 견딘다. 심지어는 앞사람의 백팩 모서리에 가슴이 찔리고 옆사람의 체취에 머리가 어지러워도 어쩔 도리가 없고, 사람들의 접촉에 의한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도 별로 제기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부득이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낮의 지하철 등에서와 같이 어중간하게 여유있을 때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 서로 접촉하거나 부딪히지 않을 정도의 개인 공간이 보장되면 주변 사람들이 보통 신경쓰이지 않는다. 가능한한 상대방을 방해하거나 건드리지 않으려고 차의 흔들림에 저항하며 내 위치를 굳건히 지켜려 애쓴다. 그리고 누가 내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몸을 움츠리며 부주의한 상대를 째려보고 싶다.

    사람들은 왜 빽빽한 출근 지하철에서는 그토록 너그럽게 주위 사람들을 허용하면서 오히려 공간이 충분히 여유로울 때 더 까탈스러워지는 것일까. 만원 지하철에서는 애초부터 자신의 공간 즉 개인의 권리는 포기하였다. 권리의 포기 대가로 원하는 시간에 출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낮의 지하철에서는 공간이 여유롭기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공간 즉 권리가 서로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보장받는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그래서 그 권리를 침해하거나 침해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두가 신경을 써서 노력하는 것이다.

    최근 친구 꼰대들과 만나면 어디가나 다들 그렇듯이 옛날 이야기를 곧잘 한다. 대체로 좀 음험한 구석이 많았던 옛날이 좋았다는 말이다. 면허증 뒤에 5천원짜리 한 장 끼워다니면 웬만한 교통위반은 쉽게 해결되었다. 음주 운전도 사바사바해서 해결하기 쉬웠고, 거래처와 술 한잔 다부지게 마시고 나면 즉시 약발이 통해서 다음 날 바로 발주가 들어왔다. 특히 진한 성적 농담이나 어느 정도의 성희롱은 모든 사회 생활의 양념과 같은 것이었다. 이런 분야의 달인이라 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야한 농담을 머리속에 담고 다니는 진정한 고수도 있었다. 요즘 그 양반들 재미가 없어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다. 나도 솔직히 좀 덜 야한 유머 몇 가지는 외워서 챙겨 다니며 술자리의 안주맛을 돋구곤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꼰대들을 가끔 만난다. 아직도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골프장이나 술자리에서 위험한 발언을 해댄다. 은근히 지적을 해줘도 쉬이 멈추질 않는다. 이전에는 재미있게 웃어줄 수 있던 그 말들이 이제는 듣기가 영 거슬린다. 내 반응이 변한 것은 아마도 내가 처한 환경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빽빽한 출근 만원버스를 타고 있지 않다. 각자 개인의 좌석이 보장되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있는 셈이다. 리무진버스를 타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편안히 여행하는 사람은 누구로부터도 물리적 정신적 방해도 받지않을 권리가 있고, 누구도 그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 시대가 리무진버스로 변했는데 아직도 만원 통근버스 시대에 살고 있는 꼰대들이 많다.

    내 꼰대 친구들이여~ 이제 옛날의 만원버스에서 내려 남들처럼 쌈박한 리무진 버스으로 옮겨 타세~



    ** 옛날 버릇 버리지 못하고 제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제 친한 친구들에게 보여줄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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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은 경북대신문의 2011년도 만평. 그림 내 학교 표시는 임의로 지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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