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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의 '존재의 의미'를 발휘하게 하라.카테고리 없음 2019. 11. 11. 13:27
설명: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베란다 난간에 빗물이 맺혀있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보니 당장은 비가 내리는 것 같지 않다. 더 오지 않을 거라고 근거없이 낙관하며 우산없이 빈 손으로 집을 나섰다. 잠시 걸으니 비가 떨어진다. 가랑비 수준인데도 목덜미가 섬찟섬찟하다. 그럼에도 우산 가져오지 않은 것은 별로 후회되진 않는다. 은근히 마음이 편하다. 나는 우산 들고 다니는 것을 유독 싫어한다. 웬간하면 차라리 비를 좀 맞는 쪽을 택한다. 우산을 들고 나가면 그 효용은 대체로 아주 잠깐에 불과한데, 하루 종일 그걸 보살펴야 하는 수고가 든다. 거기다 혹여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짐이되니, 우산 휴대하기를 더욱 기피하게 된다. 물자가 귀하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터라, 가족들에게 유용한 사물이라면 비록 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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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부터 살아 돌아온 자(The Revenant)카테고리 없음 2019. 11. 10. 14:38
친구 박사장을 무척이나 오랜만에 만났다. 가끔 전화 통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마주보고 앉기는 10년은 더 된 듯하다. 그는 여전히 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많이 변했다. 예전의 그는 좀 허풍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제스처와 큰 목소리로 자신감과 열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이제 많이 진중해지고, 거침없던 그 언어도 조심과 겸손으로 정제되어 나온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는 2천년 초반 벤처붐 시기에 창업을 하였다. 그 창업은 사실 거의 나의 부추김으로 인한 것이었다. 당시 그의 발명은 그 업계에서는 혁명이었다. 수십년의 고정 관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만 그렇게 본 게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창투사들도 확신을 가졌다. 백 수십억원의 투자금이 들어와..